3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돼지 농장. 이곳은 이날 오전 국내에서 13번째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3일 김포시 통진읍 한 농장에서 ASF 확진 판정이 나온 데 이어 김포에서 두 번째 사례다. 지난 2일 해당 농장주가 비육돈 4마리가 폐사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포시에 신고했다. 비육돈은 질 좋은 고기를 많이 내기 위하여 특별한 방법으로 살이 찌도록 기르는 돼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농장에서 들어온 의심 신고 건이 ASF로 확진됐다고 3일 오전 밝혔다. 돼지 2800여 마리를 사육하는 이 농장 근처에는 500m 반경 내에 이 농장을 포함한 3곳에서 64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반경 3km로 범위를 넓히면 추가로 돼지 1만 8000여 마리를 사육하는 6곳의 농장이 나온다.
방역 당국은 의심 신고 접수 이후 해당 농장에 초동방역팀을 투입했다. 사람, 가축, 차량을 이동 통제하고 소독 등 긴급 방역 조치를 진행했다. 가축 방역관이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농림축산 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이 농장에서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방역 당국은 농장 내 돼지들에 살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다.
파주 문산읍도 확진… 파주서 5번째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한 돼지 농장에서 들어온 ASF 의심 신고도 이날 확진으로 판정 났다. 파주는 지난달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ASF 확진을 받은 뒤 같은 달 24일 확진 판정 이후 추가 확진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일부터 이틀간 파평면·적성면 농장을 포함해 문산읍 농장까지 연달아 3곳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파주에서 총 5곳에 ASF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해당 농장 소유주는 지난 2일 오후 어미 돼지 4마리가 식욕부진을 보인다며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돼지 23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는 이 농장은 3km 이내에 다른 돼지 농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시에 따르면 이 농장은 ASF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시 적성면 농장과 달리 신고된 곳이다. 잔반이 아닌 사료를 먹이로 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일 국내서 11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적성면 농장은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잔반을 먹이로 주었다고 한다. ASF 등 가축 질병 예방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적성면 농장은 50㎡ 이하 규모라서 축산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다”라며 “이 경우에는 신고해야 하는데 해당 농장은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등록이 되지 않으면 국가 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사육 정보가 기재되지 않아 방역활동 대상을 파악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태풍으로 소독효과 미미, 일제 소독 지시
지난달 27일 인천시 강화군을 마지막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던 ASF가 이틀간 경기도 파주· 김포 등지에서 총 4건이 추가 확진되면서 방역 당국은 일제 소독 등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방역상황 점검 회의에서 “태풍 미탁으로 소독 효과가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을 갖고 방역에 임해야 한다”며 비가 그치는 즉시 일제 소독을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어 경기도, 강원도, 인천시에 4일 오전 3시30분까지 내려진 돼지 일시이동중지 기간 내에 모든 방역 조치를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현재까지 ASF는 모두 정부의 중점관리지역인 경기도와 인천, 강원도 등 3개 광역시도 내 농장에서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그동안 농장에서 채취한 시료의 정밀검사 소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소방청 헬기를 이용해 경북 김천에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로 혈액 샘플을 옮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태풍 '미탁'의 북상으로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