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이렇게도 내 삶에 고양이가 눈에 들어오는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어제 들린 마트에서는 슬리퍼의 얼굴도, 목욕장갑과 수면 안대, 접시까지도 고양이를 활용한 디자인에 할로윈 소품으로 검은 고양이가 코너 한 자리를 차지하고 무더기로 앉아있었다.
고양이를 찾아내는 재미가 되어버린 쇼핑 중 그래도 우리 삶에 고양이가 이렇게 친근해졌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훈훈해졌다.
사각사각 색연필 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듯한 냥송이 작가의 그림 속 고양이들도 우리와 같은 생활을 한다. 밤에 ‘치얼스’를 왜치며 맥주를 마시는가 하면 혼자 있고 싶은 고양이는 자신을 귀찮게 하는 상대 고양이의 이마를 내려치며 마치 사람과 같은 투정을 부린다.
때론 악기를 연주하고 피서를 간 휴가지에서 서핑을 즐기는 등 ‘사람처럼’사는 고양이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우리와 다를 게 없지’ 하는 생각에 생명 앞에서 평등해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가장 큰 재산’이라 생각한다는 냥송이 작가. 그의 말을 듣고 나니 냥송이의 그림에서 왜 이다지도 따스함이 묻어나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신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시나요?' 라고 묻는 냥송이 작가를 만나본다.
Q. 먼저 <냥, 있는 그대로의 내가 너무 좋아>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부제목이 ‘오늘도 수고했어, 온전히 나만을 위한 궁디팡팡’이던데요, 제목만으로도 위로를 얻는 듯 해요. 책 제목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그림이 전반적으로 냥이들이 ‘자아’에 대해서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요. 사실 모든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를 두고 매일 겪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그걸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죠.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객관적 틀 안에서 완벽해 지려하고 대중이 원하는 나의 모습과 행동을 의식하게 되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의 짐을 좀 덜어드리고 싶었어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 한다는 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잊고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Q. 책에 좋은 문구가 참 많았어요. 작가님이 가장 애정 하는 구절이 있다면요??
제목과 비슷한 문구인데요 ‘너는 있는 그대로가 제일 예뻐’ 라는 문장이 제일 애정이 가요. 우리는 살면서 각자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보다는 외적이든 내적이든 다수의 대중들이 원하는 이미지에 맞춰 본인을 그 틀 안에서 가꾸기도 하잖아요. 사람은 각자 다르고 그 자체로 존중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러기 힘든 사회인 것이 많이 안타까워요.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건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인데 말이죠. 사실은 스스로의 모습이 어떻든 ‘나’라는 사람자체가 중요하잖아요.
Q. 올해 첫 전시회가 있었잖아요, 팬 분들을 실제로 만난 경험이랄까요? 남다른 감회가 있으셨다면요?
SNS로 활동해 오다가 실제 제 그림을 봐주시던 분을 직접 뵙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서로 온라인상에서 그림으로 소통을 해왔을 뿐이지만 그림으로 인해 팬이 되었다고 반겨 주셔서 매우 감개무량했어요. 저에게는 작은 부분이 다른 분께 큰 위로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또 한 번 작업을 하는 마음가짐에 있어서 자극이 되고 활력도 되었고요.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그림이라는 매개체 하나로 조건 없이 좋아해주시고 작품도 구입해주시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림의 힘 이란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Q. 본인이 쓴 글에 취해 스스로 감동해 우는 작가 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냥송이 작가님도 그림을 그리다 어떤 사연에 의해 울어보신 적 있나요??
그림에 감정은 담겨있지만 그리는 순간에는 기술적인 부분이나 조화를 생각하면서 그리는 편이라 아쉽게도 아직 작업을 하면서 울어 본적은 없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사실 SNS에 올라와있는 저의 그림은 슬픈 메세지가 담긴 그림이 거의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덧글이나 메시지로 사연을 이야기 해주실 때 글에 녹아둔 감정이 전해져서 슬퍼서 울었던 적은 있었습니다.
Q. 냥송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반려묘의 이름 ‘송냥(암컷)’과 ‘송이(수컷)’ 를 합쳐서 냥송이라는 예명을 짓게 되었어요.
Q. 언제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나요?
어릴 때부터 줄곧 취미로 미술학원을 다녀왔고 본격적으로 입시미술과 미대를 거쳐서 정식적으로 미술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Q. 원래부터 꿈이 일러스트 작가였나요? 그렇다면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손으로 만들고 그리는 거면 뭐든 좋아 했어요. 어릴 때는 막연히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사물을 보고 관찰하며 그리는 것에서부터 미술에 흥미를 느꼈죠.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손으로 직접 그리는 걸 좋아하면서도 순수미술 분야 보다는 조금 더 그 나이 때에 흥미를 끌만한 만화책이나 일러스트, 디자인잡지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러스트에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대학에 와서는 자료를 통해 존경하는 일러스트레이터분들의 그림을 많이 보고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접하게 되었고요. 대학에서는 시각 정보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Q. 많은 동물 중 고양이 일러스트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동물은 제 각각의 매력이 있어서 모두 좋아해요. 그중 열렬한 냥덕후로 고양이를 특히 좋아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양이만 그리고 있더라고요. 특히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커졌던 것 같아요.
Q. 고양이 일러스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의 작품에서 보시는 분들은 다들 느끼겠지만 고양이의 귀여움도 있지만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많이 그리는 편이에요. 둥글둥글한 고양이들을 재치 있게 또는 생생하게 그려 작품을 보는 많은 분들이 함께 공감을 하고 포근한 온도를 느끼며 소통 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 같아요.
Q. 냥송이 작가님의 작품에서 치즈냥이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 종이 코숏 치즈태비에요. 길냥이들 중 가장 많이 보이기도하고 친근하기도 한 고양이죠. 모든 고양이가 다 이쁘지만 제 눈에는 유독 정이가고 예뻐 보여요.
Q.일러스트 작가로 살면서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림을 올리면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많은 분들의 반응을 볼 수 있어요. 그 중 특히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그림에 이입해 공감해주시고 그런 비슷한 처지에 큰 위로가 되었다는 말 한마디가 저에게는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보람과 기쁨으로 다가오곤 해요. 내가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는 것에 큰 감사함을 매번 느껴요.
Q.만족스러운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수작업을 하고 난 뒤 색을 보정하고 수정을 거쳐야 완벽한 작업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작업을 또 한 번 거쳐요. 그러려면 최소 4시간 이상은 걸리는 것 같아요.
Q. 일러스트 작업은 주로 언제, 어떻게 하시는지 작업방식이 궁금합니다.
초기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일과 생활이 뒤죽박죽 이었어요. 요즘은 일주일중 휴식 날과 작업 날을 정해서 하고 있어요.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놀기로 정하고 각자의 시간을 활용하는 거죠. 저녁시간 전까지는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며 작업을 하며 밤부터는 혼자시간을 가지며 느긋이 작업하는 편이에요. 컨디션의 차이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새벽까지 작업하며 평일은 거의 하루 중 대부분을 작업하는 시간에 사용해요. 작업방식은 우선 색연필로 수작업을 한 뒤 컴퓨터 작업을 거쳐요. 막 스캔을 한 작업물은
한계가 있고 컴퓨터로 작업을 옮겨야 하는 이상 수정작업이 불가피해져서 포토샵으로 최대한 원본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게 후 보정 작업을 거쳐요.
Q.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저는 원래 대부분 디지털로 일러스트를 그려왔었는데 그렇게 비지니스적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수작업이 늘 그리웠어요. 하지만 기회가 별로 없었죠. 그러다가 취미로 SNS를 시작하게 되었고 거기서는 제가 해보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그려서 올릴 수 있었어요. 몇 년 전부터 여러 작가 분들의 색연필 작업물을 보고 느낌이 좋아서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그리고 싶었던 게 고양이었고 동물의 털을 표현하는데 있어 색연필만한 게 없더라고요. SNS에서의 반응도 좋고 저도 질감묘사나 따뜻한 감성의 표현도구로 손색이 없어 색연필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Q. 그림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고양이와 교감을 나눴던 경험에서 고양이들의 습성이나 특징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고, 요즘은 유튜브나 SNS가 많이 발달되어 그런 일상을 올리고 공유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랜선집사로서 매일 냥이들을 염탐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순간순간 고양이의 행동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는 부분이 많아요.
Q. 그림을 그릴 때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이디어 고갈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아요. 많은 작가분들도 그렇겠지만 불현듯 번뜩 하고 떠오르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장 최선이겠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 않거든요. 일주일에 2~3번씩 좋아서 올리는 그림이긴 하지만 꾸준히 그려야하기에 책상 앞에서 억지로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 때가 많아요. 좀 더 자연스럽게 그림에 메시지가 녹아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늘 재치 있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요. 예전에는 자투리시간에 취미로 냥이들을 봤다면 지금은 아이디어용으로 고양이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이 부분에 있어서 시간적인 문제의 어려움도 있고요.
Q. 작업하는 시간 외에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음악 감상이나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요 사실 작가에게 있어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취미생활이기도 하죠.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그림을 사랑해주는 냥집사 분들과의 소통이 첫째 중요하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고양이 외에 다채롭고 많은 컨셉을 주제로 그려보고 싶어요. 또한 고양이의 매력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그룹 프로젝트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아직은 좀 더 다듬어져 가야 하는 단계이지만 여러 가지 테마와 재미있는 작업으로 작가의 여러 가지 관점, 해석, 상상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보고 싶어요. 후에는 SNS뿐만 아니라 전시회나 행사 등 많은 활동으로 팬분들을 직접 뵙고 인사도 드리며 같은 냥덕후로서 친근하게 소통하고 싶어요.
Q.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신이 그림을 좋아하고 예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이일을 도전하는데 있어 크게 주저하지 않았으면 해요.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궁극적으로 추구하며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보고 미래의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주변에서 원하는,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내 길이 아닌 소신껏 나의 길을 정하셨으면 해요. 당장 경제적인 상황은 넉넉하지 못하겠지만 매순간 마음은 보람되고 행복 할 수 있어요. 내가 추구하는 걸 하기 때문에 꿈도 꿀 수 있고요. 꾸준히 하다보면 꼭 보상받고 인정받을 날이 올거라 생각합니다. 이상적이고 허황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저는 꿈을 포기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천편일률적으로 흘러가기엔 하고 싶은 일이 다르고, 꿈이 다르고, 사람마다 특기가 다른데 말이죠.
Q.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 생각인가요?
사람의 감정은 너무나 폭이 넓어서 그 감동을 제한된 언어의 글로 표현 될 수 없으며 그 중 예술이 사람의 감정의 영역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해요. 요즘은 무겁고 어려운 예술보다는 가볍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그림이 많이 선호되고 있기도 하고요. 저 역시 일상의 피로에 지쳤을 분들이 제 그림을 보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고 그런 부분이 그림으로 소통하는 작가인 저에게는 가장 큰 숙제이자 의무이지 않을까 해요.
Q.현재 일러스트 작업에만 전념하시는 건지 아니면 다양한 일들도 병행하시는 건가요?
프리랜서 일러스트 작가로 전념하고 있어요. 단지 냥송이 작가로는 SNS로 냥 집사님들과 소통을, 그리고 본명으로 먹고 살기 위한 상업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하며 같이 병행하고 있어요.
Q. 질문지에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팬 분들이나 아직 냥송이 작가님을 모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많은 분들과 무언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부분이에요. 예술작품을 보면서 내가 느끼고 소통 할 수 있는 감성은 ‘말’로 표현 하는 것과는 다른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이기에 직접 대면하면서 말을 섞지 않아도 작가와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 할 수 있죠. 그 부분에 대해서 저라는 고양이 작가가 고양이, 넓게는 동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리고 있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해요. 그걸 충분히 같이 즐기고 느껴주셨으면 해요. 어렵던 남이라도 공통점이 발견되면 급속히 친근감을 느끼듯이 냥송이라는 작가도 같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옆에서 위로해주는 친구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Q. 끝으로, 책에 이런 문구가 있더라고요. “나답게 사는 게 뭐라고 생각해?”, “그건 자신에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아는 거야.” 저도 요즘 제 삶을 버티게 한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발견하게 되곤 하는데요, 작가님이 발견하게 되신 최근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면요?
조금 형이상학적일수도 있는데 질문지에 나와 있듯 자신에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아는 것.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해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나이가 들 때 까지 끊임없이‘자아’에 대해서 생각하잖아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것. 자신에 대해 믿고 존엄할 수 있는 자존감. 이것만 있으면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제일 큰 재산이라고 생각해요!